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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대신 호미, 직감 대신 AI...제주 딸기 한계 깬 청년농부
작성자: 제주더큰내일센터 작성일: 2026-05-06 10:47 조회: 6
승인여부: 예
외부뉴스링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502324
언론사이름: 제주의소리
발행일: 2026. 5. 6.
[탐나는인재 동행기] ①베리왓 고택균 대표 "기회의 땅 제주...세계적 브랜드 꿈꿔" 청년농업인 베리왓 고택균 대표. ⓒ제주의소리 복잡한 코드가 나열된 모니터 앞을 지키던 컴퓨터공학 전공 개발자가 변덕스러운 비바람 속 흙먼지 날리는 밭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청년의 손에는 이제 키보드 대신 농기구가 들려 있었지만, 그의 경쟁력은 여전히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었다. 제주의 척박한 기후를 딛고 프리미엄 딸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베리왓(BerryWat)'의 청년농업인 고택균 대표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일하던 고 대표는 앞서 귀농을 선택한 부모님의 행적을 따라 '스마트팜'을 접했다. 고전하던 아버지를 돕다보니 농업 ICT와 마주했고, 2018년 겨울 네덜란드로 스마트팜 관련 연수를 다녀오면서 눈이 뜨였다. 머리 속으로만 맴돌던 구상을 실전에 접목시키기까지는 그 이후로도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관련 교육을 수료하고, 김제의 딸기밭에서 실력을 키웠다. 적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농업관을 공고히 하는 결정적인 시간이 됐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와서 잘 모른다며 웃으시던 딸기 명인은 이미 휴대폰 하나로도 매일 일지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철저한 '데이터 농업'을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거기서 깨달았죠. 데이터가 가진 힘을 내 무기로 만든다면, 농업 씬에서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요." 이미 통제 시스템이 갖춰진 김제 스마트팜에서는 안정적이고 예상되는 매출이 나왔지만, 고 대표는 온실 속에 안주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한 제주는 농사짓기에 결코 녹록한 곳은 아니었다. 섬 동서남북의 풍토가 모두 다르고, 해안과 중산간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했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 덩어리'였지만, 역설적으로 척박한 환경은 오히려 '기회의 땅'이 됐다. "제주처럼 극단적이고 다양한 기후에서 일관된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매해 같은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딸기 맛을 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곧 한국의 사계절은 물론, 전 세계 어디서든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재배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는 뜻이겠죠."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베리왓(BerryWat)'은 제주어로 '너른 밭'을 뜻하는 '왓'과 영어 의문사 'What'의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5000평의 넓은 딸기밭을 일구겠다는 포부이자, 소비자들에게 '이 딸기는 무엇이 다르길래 맛있지?'라는 기분 좋은 호기심을 유발하겠다는 취지다. 그의 무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환경 제어다. 봄이 되면 맛이 없어진다는 제주 딸기의 편견을 깨고, 베리왓 딸기는 봄철에도 평균 13브릭스(Brix) 이상의 고당도를 보장한다. 소비자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이것이 베리왓이 고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질이다. 그 결과, 육지에서 제주로 딸기가 들어오던 관행을 깨고, 도민들이 먼저 맛을 본 뒤 육지의 지인들에게 베리왓 딸기를 택배로 보내는 역전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딸기를 외지로 보내는 것은 지역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짓는 고 대표에게선 호탕한 자신감이 묻어져 나왔다. 기존에는 경험과 관행에 의존해 짓는 농사를 '관행농'이라 부르며 낡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곤 하지만, 고 대표는 시각을 달리했다. 관행농 역시 언제 물을 주고, 언제 비료를 줘야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 자신의 경험을 데이터화시켜 몸소 체득해 낸, 가장 치열한 '빅데이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데이터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다. 오랜 경력의 베테랑 농부들은 수많은 실패에 온몸을 부딪혀가며 스스로 그 귀중한 데이터를 체득해 냈지만, 오늘날의 청년 농업인들에게는 그런 '실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농업은 호흡이 길기 마련이다. 한번 씨앗을 뿌리거나 묘목을 심으면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성적표가 나온다. 한 번의 의사결정 실수나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로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되면, 막대한 초기 자본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창업농에겐 곧 치명적인 존폐 위기로 직결된다. 빅데이터와 AI는 실수를 줄여주기에 최적화된 파트너다. 특히 AI는 '감(感)'에 의존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 결정'을 돕는다.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할 시간도 부족한 농업 현장에서 AI는 훌륭한 부하직원이자 최적화된 루틴을 제시해주는 가드레일이 됐다. 고 대표가 단순히 작물을 길러내는 '생산자'를 넘어, 시장을 분석하고 브랜드를 구축하는 '경영자'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주재한 '탐나는인재' 프로그램의 역할도 컸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았고, 팝업스토어 등 실무적인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며 농산물 판로 개척과 브랜딩에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맛있는 딸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이다. "현재의 농업 지원 정책이나 교육은 주로 생산 기술에 치우쳐 있는데, 정작 청년 창업농에게 절실한 것은 실패를 막아줄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입니다. 의사결정을 돕는 AI 챗봇 서비스가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데, 현장에 밀착하고, 이를 활용하는 교육이 동반된다면 청년 농업인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단단히 뿌리내리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 대표의 시선은 온실 너머의 더 큰 무대를 향해 있다. 당면한 첫 번째 목표는 프리미엄 브랜드 '베리왓'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단순히 맛있는 과일을 생산하는 데 머물지 않고, 관광 자원과 결합하는 융복합 모델을 구상했다. 제주의 해녀 문화를 담아낸 '해녀부엌'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된 것처럼, 제주 농업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보다 더 나아가 단일 키위 품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처럼, 제주의 프리미엄 딸기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키는 기약했다. "가장 변화무쌍한 제주의 환경에서 '맛의 재연성'을 이뤄낸다면, 전 세계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는 재배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는 뜻이겠죠. 우리의 데이터가 담긴 재배 솔루션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꿈입니다."